이웃사랑과학♡이롬
  큰 눈 오는날


스승을 만나러 다리를 건넌다
은박지 반쯤 벗긴 껌을 입에 대드리던 그 겨울
스승은 누워서 책을 읽으셨다 
개 발자국 찍힌 대문 앞이 도롱이처럼 펴지고
붉은 지붕 밑에서는 눈이 수직으로 내렸다

여름 지나 일어나 앉은 스승은
팔을 수평으로 뻗고 기울어지는 몸을 기댔다

오늘은 얼추 눈 마당과 눈높이가 맞는 거실에서
소파에 앉은 채 젖어 계셨다
마당가를 따라
젖은 눈 옹이를 여러 개 품은 소나무가
큰눈 받고 있는 걸 내다보며
스승은 
홀로 연필을 깎는 것으로 버티고 계셨다

큰눈이 오는데 다리를 건너길 잘했다
노트 첫 페이지를 펴드리듯
마당의 눈을 쓸어드리고 돌아왔으니, 


글 ㅣ 황학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