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웃사랑과학♡이롬
  바닷가에서 낙엽을 태우며


낙엽을 태운다. 태풍이 휩쓸고 간 마당에 어지러이 쌓여 있는 벚나무, 버드나무, 감나무 등의 잎을 모아 태우면 매캐한 연기가 지붕 위로 날아간다. 연기는 절벽 옆을 끼고 바다 쪽으로 흩어진다. 덧없이 사라진다. 그 많은 잎들이 한줌 연기로 사라지는 것을 바라보고 있는 나무는 섭섭할까. 건너편에서 당신은 나에게 섭섭해 하고 있을까. 사랑마저도 끝나고 나면 가을이 가고 겨울이 오고 낙엽 진 나뭇가지 위에 흰 눈은 내려 쌓일 것이다. 사랑은 사랑과의 일이어서 사랑 아닌 것은 알 수가 없고, 내 사랑은 내 사랑과의 일이어서 당신의 사랑은 내 사랑을 모른다 해도, 가을이다. 생명이 고도화된 삶의 양식을 지니면 지닐수록 인간에겐 가을이 필요하다. 쉽게 왔다 쉽게 가는 당신에게도 가을이 있어야 하고, 당신과 나 사이에도 가을이 있어야 한다. 지난여름, 결코 행복했다고 말할 수는 없을 것이다. 당신의 청춘은 순결한 열망으로 넘쳤지만 결코 행복한 계절은 아니었을 것이다. 반항하고 좌절하며 불화하고 고통 받은 그 여름은 모든 아름다움에 민감하였으나 스스로 아름답지는 못했던 시간이었다. 누구나 가을엔 천천히 걷고 말수가 적어진다. 낙엽을 태우는 그런 가을이 좋다. 사랑은 이루어지는 것이 아니라 이루어지는 과정이다. 당신 말고는 다 시시했다 해도. 

글 ㅣ 황학주